손발 굽는 삼성家 희귀 유전병…원인·치료법 최초 발견

희소질환 ‘샤르코 마리 투스병’ 치료 길 열려

사진은 2016년 7월 19일 이재현 CJ그룹 회장 측이 대법원에 상고취하서를 제출하면서 공개한 이 회장의 손과 발 사진.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의 근육이 모두 빠지고 움푹 파여 있어 젓가락질을 하지 못하고 근육 위축으로 발등이 솟아오르고 발가락이 굽어 혼자서는 걸을 수 없다.CJ그룹 제공재벌 삼성가를 괴롭혔던 유전병 ‘샤르코 마리 투스 병’ 치료 길이 열렸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염수청 서울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와 최병옥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희귀난치성 신경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 2Z(CMT2Z)의 발병 기전과 환자 맞춤형 유전자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규명 및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과를 지난 16일 국제학술지인 ‘Brain’(IF: 14.5)에 온라인 공개했다.

샤르코 마리 투스병은 1886년 이 병을 처음 설명한 의사 3명의 이름을 딴 신경질환으로, 인구 10만명당 19명에만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MORC2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샤르코 마리 투스병의 대표 증상은 보행 장애, 발 모양 변형 및 감각소실 등이다.

증상이 매우 심하면 뇌 장애도 발생하고 휠체어에 의존하여 생활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치료제는커녕 발병 원인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샤르코 마리 투스병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가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이 질환을 앓았다.

특히 2013년 횡령과 탈세 혐의로 구속 기소,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이재현 회장은 이 병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그는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병원에서 투병하다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고 2016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샤르코 마리 투스병 2Z(CMT2Z) 시료에 유전자 치료제를 적용한 모습. 염수청 서울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와 최병옥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의 공동 연구팀 제공공동 연구팀은 CMT2Z의 발병기전을 연구하기 위해서 MORC2 변이를 가진 동물 모델을 제작하고, 변이를 가진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CMT2Z 변이가 단백질 합성 감소를 유도하고 활성산소 중 가장 파괴적인 것으로 알려진 하이드록실 라디칼(hydroxyl radical)을 증가시켜 신경 손상을 유발함을 밝혀냈다.

또 MORC2 유전자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신경 특이적 바이러스를 적용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에서 한 번의 주사 치료로 신경과 근육의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어 CMT2Z 환자에서 유래된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사용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치료 결과를 확인, CMT2Z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현재 유전자 치료제는 9종이 개발돼 시판 중이지만 1회 투여 비용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염수청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샤르코마리투스병 2Z의 발병기전을 최초로 밝히고 환자를 치료할 유전자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최병옥 교수는 “CMT2Z 유전자 치료제의 최적화를 통해 CMT2Z 환자에게 환자 맞춤형 치료와 경제적 부담이 적은 유전자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짧게는 5년 내 치료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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